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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L) 항해99 9기 후기
    TIL WIL 2022. 12. 19. 16:09

    혹시나 부트캠프 항해99에 지원하기 전에 관련 정보가 궁금하여 찾아보시다가, 어떤 경로로든 이 글을 읽게 되실 분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후기, 솔직하게 적겠습니다. 

     

    솔직하다보니 조금 신랄한 말이 섞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문에 변명삼아 미리 이런 전제를 깔아두고 싶습니다.

    저는 항해99 프로그램을 통해 참 많이 배웠고, 그 과정에서 만난 많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면1.

    아마 이 취업학원을 막 시작할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줌을 통한 화상 공지에서, 발표자 분께서 대강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협력사(신입 개발 노동력의 수요자) 분들에게 9기(당시 막 부트캠프를 시작한 저의 기수) 부터 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8기를 물어보셔도, 일단 9기부터 보시라고."

     

    아마 이제 학원의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신뢰를 심어주기 위한 말씀이셨을 터입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그 말이 몹시 불안하게 들렸습니다.

     

    이전 기수들과 새로운 기수의 시차는 길어야 3개월입니다.

    때문에 저 말은 이렇게 번역될 수도 있겠습니다.

     

    "3개월 안에 취업 못하면, 우리는 당신을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습니다."

     

    너무 악의적인 번역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기수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수익입니다. 경우에 따라 환불을 해주어야 할 수도 있지요.

    그러나 지나간 기수는 확정된 수익입니다. 

     

    저는 저 말씀을 하신 발표자 분이 잘못된 말을 하셨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학원의 운영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필요한 말이었겠지요.

    사설 취업학원으로부터 장기적인 관리를 바라는 것이 오히려 좀 지나친 기대인지도 모릅니다.

     


    장면2.

    두번째 장면은 바로 지금, 저 자신의 모습입니다.

    항해99가 마무리 되고 3주 쯤이 지났습니다.

    최종 프로젝트가 끝난지 오래지만 여전히 스스로 어떤 기술을 사용했는지 수습하기도 벅찹니다.

    그러니 이렇다할 이력서를 쓰지도 못했습니다.

    이력서를 써본 경험이 적은 편이 아닌 데, 이렇게 이력서를 쓰기 힘든 적도 처음입니다.

     

    저는 비전공자이며 항해99를 통해 처음 코딩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코딩이 퍽 적성에 맞았는지, 저는 항해99의 프로그램 과정을 힘들다고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과제의 난도도 적당했고, 프로젝트도 항상 도전할만했습니다.

     

    저는 아무 사전지식 없이 그야말로 맨몸으로 이 취업 학원의 프로그램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여러 동료분들의 도움 덕택에, 항상 '달리기 반'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항해99는 매주 시험을 통해, '걷기 반'과 '달리기 반'을 구분합니다. 두 반의 커리큘럼상의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걷기 반'에게 더욱 적극적인 도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교육적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실전 프로젝트에서는 기술적 챌린지를 요구하는 백엔드 팀에 지원하였고, 

    참 과분하게도 너무나 훌륭한 동료들을 만나 나름 호평받은 결과물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저는 그렇게까지 힘들지 않았습니다.

    사실, 제가 수행한 작업들이 아마도 실제 개발에 있어서는 그저 기초에 해당하기 때문일 테지요.

    그리고 그 기초는 아무 베이스도 없는 사람이 맨땅에 해딩하면서 배울필요가 없습니다.

    네, 그냥 강의를 들으면 됩니다.

    저는 그것들을 대개 외부 유료 강의 혹은 별도의 독서를 통해 채웠습니다.

     

    그리고 항해99에서 요구하는 대로 이력서를 쓰고 면접질문을 준비하는 지금,

    저는 끊임없이 어떤 자조적인 문장을 되뇌이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

     

    위에서 제 자랑처럼 적어놓은 말들은 이 사실을 고백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가장 쉬운 면접질문 하나조차 저는 제대로 답변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기간을 더 공부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자조적인 문장을 되뇌고 있는 저에게, 앞서 떠올린 '장면1'이 스쳐지나갑니다.

    "3개월 안에 취업 못하면, 우리는 당신을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습니다."

     

    이 이상의 말들은 지나치게 사적이어서 더이상 적기가 꺼려집니다. 

    다만 알아보실만한 분들에게는 충분한 정보였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어떤 특정한 경우에 대한 묘사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별다른 사전지식 없는 비전공자가 어떤 취업학원의 프로그램을 나름 충실히 따라 퍽 괜찮은 성과를 낸 경우."

    "그런데 정작 스스로의 배움이 지극히 초라한 경우."


    장면3.

    관계자 분이 섭섭하게 들으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항해99 라는 취업학원으로부터 별다른 '관리'랄 것을 받아본 적이 드뭅니다.

    그래서 '관리'의 범주에 해당될만한 경험을 주신 분들이 퍽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소속된 반의 담당 매니저님은 이 학원의 7기 수료생이셨습니다.

    공식적인 절차로 1대1 면담이 있었지요.

    담당 매니저님께서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항해가 끝나면 자신은 어떤 모습일 것 같나요?"

     

    너무나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해서, 제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그야, 이력서 돌리고 코딩테스트 준비하고 있겠지요?"

     

    제 딴에는 너무나 당연한 대답이었습니다만, 매니저님은 다소 표정이 어두워지셨습니다.

    좀 놀라신 듯도 했지요.

     

    "XX씨는 몹시 현실적인 사람인 것 같아요. 맞아요. 제 동기들 다 그러고 있어요. 이력서 돌리고, 코딩테스트 공부하고..."

     

    위 대화로부터 많은 것을 유추할 수 있지만(특히 장면1과 연관되면 더더욱), 더 적지 않겠습니다. 

    제가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한 어떤 사람이 특정되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어떤 감사의 뜻은 전하고 싶습니다.

    이후에도 담당 매니저님은 수차례 저에게 매우 드문 '케어를 받는 경험'을 선물해주셨습니다.

    때문에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보다 6개월쯤 앞서 이 취업학원을 수료하신 우리 매니저님, 혹은 그 동기분들이 모두 원하는 성과를 얻으시기를.

     


    장면3.

    항해99는 게더라는 화상회의 플랫폼에서 진행됩니다.

    그 안에서 각종 과제와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되지요.

     

    프로젝트에 진입하기 전, 그러니까 각종 강의를 듣고 과제작업을 하는 기간.

    일주일에 한번, 혹은 빈번하게는 두세번씩 기술매니저님들의 순회가 있었습니다.

    질문을 하고 배우라는 취지이지요.

     

    기술 매니저님들은 모두 항해99의 이전 기수분들이셨습니다.

    "대단하신 분들"이라는 소개를 얼핏 듣기도 했으니, 아마 퍽 과정을 훌륭히 수료하시고 취업에서의 성과도 뛰어나신 분들이셨을 터입니다.

     

    모두 좋은 분들이셨습니다.

    친절하셨고, 수강생들을 돕는데 참 적극적인 분들도 많으셨습니다.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다만, 아쉽게도 저는 기술 매니저님들 중 아래의 내용을 사전에 알고 계신 분을 뵙지는 못했습니다.
    -수강생들이 이번 주차에 어떤 강의를 듣고 있는지. 

    -커리큘럼이 어떻게 설계되어 있으며, 해당 주차에 학생들이 겪게 될 챌린지가 무엇일지 .

     

    물론 파트타임의 형태로 계약을 하셨을 기술매니저님들께 저것들은 참 과도한 요구입니다.

     

    다만 만약, 어떤 집단이 이러한 교육을 하고 싶다면, 위의 요구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기본이기도 할 것입니다.

    - 답을 알려주지 않고 문제의 방향을 가리키는 교육.

    - 스스로 문제의 틀을 규명하고 공부해나갈 수있는 소위 "자기주도적 학습".

    - 아는 것을 술술 설명하지 않으며, 배움의 결과를 물어다주기보다 어떤 배움의 원인으로서 존재하는 "무지한 스승".

    - 혹은 흔히 교육 영역에서 특권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그 이름, "페다고지".

     

    페다고지는 참으로 특별한 교육의 방식입니다.

    다만, 페다고지는 자칫 방치를 가리기 위한 변명이 될 수도 있지요.

     

    배움의 결과를 쉽게 손에 쥐어주기보다, 배움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싶은 어떤 교육집단이 있다면.

    그리고 그들이 그 답을 알려주기보다 문제의 방향을 가리키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설계하려 했다면.

    아마 피교육자 스스로는 당장 그 프로그램을 좀 조밀하지 못하고 성길다고 느껴질 지언정, 실제로 해당 프로그램은 몹시 치밀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교육집단은 피교육자의 경험에 대해 면밀히 공유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 단계에서 무슨 문제에 부딪힐 것인지. 

    넌지시 어떤 문제틀을 제시해줄 것인지.

     

    교육학에는 한 발자국도 디뎌본적 없는 제가 함부로 말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만, 그저 저는 이렇게 감히 추측해봅니다.

    페다고지는 어쩌면, 진심으로 '교육'에 뜻을 둔 경우 쉬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말이지 달성되기 어려운 무엇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장면4.

    저는 저 스스로의 표현으로 '기름기 있는 말'을 참 싫어합니다. 

    (사실 지금 제 문체 부터가 기름기가 잔뜩 끼어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아마도 저 스스로가 그런 면이 강하여 더욱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일반적으로 옳은 말(= 하나마나한 말)에 첨가된 '기름기'에는 어떤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지요.

     

    이 기름기에 대해서는 참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터입니다.

    프로그래머들이 자신의 언어에 기름기를넣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일까요.

    많은 장면이 생각납니다.

     

    스티브 잡스가 검정 터틀넥을 입고 나와 교묘한 말로 사업 발표를 시작했을 때일까요?

    혹은 그에 호응하여 '아이폰 속의 인문학' 같은 황당한 거짓말이 버젓이 출판시장에서 인기를 얻을 때?

    아니면 비교적 최근, 메타버스 같은 그야말로 "오래된 미래" 가 새로운 사업 용어로 떠오를 즈음 일까요?

     

    이 주제를 항해99와 관련짓기 시작하면, 자칫 부당한 비판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위의 사례들을 항해99와 동렬에 놓고 싶지 않습니다.

    항해99는 분명 실체가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구체적인 말들을 하기 시작하면, 후기가 아니라 일종의 저격이 되어버릴 지도 모릅니다.

     

    때문에 두루뭉실하게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테면 이렇게요.

    일부러 혼돈스럽게 제가 들었던 여러 말을 섞어보겠습니다.

    -"'불면의 밤'을 보내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하십시오."

    -"강의 듣고 배우면 쉽지요. 누가 알려줘서 배우면 쉽지요. 하지만 그것은 자기주도적인 문제해결이 아닙니다."

    -"밤을 새워 어떤 라이브러리, 어떤 서비스를 통해 기능을 구현했다. 그것은 문제해결이 아닙니다."

    -"현업에서 원하는 신입 개발자는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같이 밥먹고 싶은 사람'입니다."

    -"기초적인 CS지식, 기초적인 언어지식, 구체적인 문제해결 경험"

    -"강의 듣고 쉽게 배운 것은 자신의 것이 아닙니다."

    -"쉽게 배울 수 있는 이런 필수적인 기초는 문제해결이 아닙니다."

     

    기름기 있는 말은 흔히 모호하고 추상적입니다.

    때문에 기름기 있는 표현을 많이 쓰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모순되는 말을 하기 쉽습니다.

     

    혹 이글을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라면 충분히 아실만 하리라 생각합니다.

    무엇이 '기름기'이고, 무엇이 실체일지 말이지요.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은 이것입니다. 

    신입에게 필요한 것은 기초입니다. 

    기름칠할 필요가 없습니다.

    좋은 강의를 듣고, 따라할 것은 따라하고, 외울 것은 외우면 됩니다.

    모방과 암기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우수한 공부방법입니다.

     

     

    "맨땅에 해딩"으로 은유할만한, 아무 기초 없는 사람의 문제해결시도. 이를통한 약간의 성과.

    그것으로 겨우 달성한 (그러나 그 원리를 알지 못하여 스스로 언어화 하지도 못하는) 기초적 기능구현들은 문제해결이 아닙니다.

    네, 이런것은 그냥 강의 듣고 따라하면 됩니다.(그렇지 않더라도, 어차피 여러 블로그를 뒤지며 짜집기를 하게 되어 있으니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그것을 다른 플랫폼에서 별도의 유료강의를 통해, 혹은 독서를 통해 충당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누군가 알려줘서 배운것들이야말로 결국 제 것으로 남긴 했습니다.

    비록 볼품 없더라도요.


    요약 겸 결론

    검색하면 쉽게 아실 수 있듯이, 항해99의 프로그램은 불친절 합니다.

    수강생 스스로의 주도적 발전을 이끌고자 함입니다.

     

    하지만 (역시 너무 악의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위의 말은 또 이렇게 쓸 수도 있겠습니다.

    불친절하다기 보다는, 느슨하고 애매하다.

     

    너무 신랄한 표현 같습니다만, 검색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는 항해99에 대한 대부분의 내용도 비슷하게 겹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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