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비추는 것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찬란함의 무덤> (2015)

문종현 2022. 8. 15. 22:29

0.계열

P0: 공사장 포크레인과 군인, 국가 

P1 : 돌아가는 기계(수차, 천장 선풍기)와 호숫가의 풍경

P2: 의료기기, 조명, 빛과 색

P3: 섹슈얼

P4: 새, 개, 세포, 하늘...

P5: 제단, 제물


1.0 시퀀스 요약

S가 : 탬플릿ㄱ (P0,P1,P2) [a1(주인공), a2(영매이자 정부요원), b(의료인력)]

 

S나 : 탬플릿ㄴ (P2,P3) [a1(주인공), c(군인)] 

환상으로 진입하는 부분. 

군인이 잠에서 깨어나고 팔을 움직일 수 있게 된다.

 

S다

 

S라1~3 : 탬플릿ㄷ (P1, P5, P3) [a1, d(미국인 남편), e(여신들)]

 

S마 

 

S바

 

S사 : (P99 영화관의 은유)

 

S아 : 탬플릿ㄱ(P0, P1, P2, P3)[a1]

{ a1 -> (P0+P1+P2+P3) } // 계열들을 즉자적인 방식으로 섞어놓는다. 후반 색보정으로 '무덤 조명'과 연결하기도 하고, 돌아가는 운동체로 연결하기도 하고, 결혼에 대한 옥외 광고물로 연결하기도 한다. 그 사이를 a1이 배회한다.

 

S자 : 탬플릿 ㄹ // 영화의 절정부. 탬플릿 ㄴ에서 시작(c와 a1의 데이트)하지만 ㄱ(정부요원이자 영매인 a2)과 ㄷ(영적 존재)이 섞여든다.

 

S차 : 템플릿 ㄹ(P1, P3, P4, P5)

[a1, a1'(주인공이 매개하는 이야기), a2, a2'(영매가 불러온 존재), a2''(영매가 불러온 존재가 매개하는 다른 이야기)]

{a1' + a2' -> @} // 아핏차퐁의 주제의식. 이야기의 탄생. 이야기의 매개. 그리고 매개와 매개가 마주쳤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P3(a2' -> a1) : a2'가 a1에게 성적인 위로를 건네고, a1은 울음을 터뜨린다.}

 

S카 : 템플릿 ㄱ 혹은 ㄹ (P0, P1)

https://www.youtube.com/watch?v=c8xZwLC9AZs 

이 곡에 맞추어 율동을 하는 P1의 사람들.

 

아핏차퐁의 영화답게, a1'+a2'+a2''의 세계를 거치고 나서 변화한 것은 a1만이 아니다.

탬플릿 자체가 뒤섞인다.

마지막 씨퀀스는 마치 증강현실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눈을 크게 뜨는 행위"는 저 매개의 연쇄가 a1에게 알려준 무엇이고, a1은 눈을 크게 뜨고 P0를 지켜본다.

P0의 표면 위로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a1은 그것을 지켜본다. 

그것을 전경인 창틀 너머에 두었다.(틀을 장치로 이용하고 너머를 바라보도록 하는 것은 이 영화의 바로 첫 쇼트, 공사장 포크레인부터 시작된다.)

 


2.0 이 영화는 무엇을 주장하는가?

아핏차퐁의 영화에서 굳이 정치적인 기표만을 떼어내 읽어내는 것은, 한 풍부한 작업물을 너무 거칠게 요약하는 부주의함이 아닐지...

 

<정오의 낯선 물체>에서도 만난 장면이 <찬란함의 무덤>에도 있다.

a' 와 b'가 만나는 장면.

매개와 매개가 만나는 장면.

현실을 매개하는 현실, 현실을 매개하는 가상, 가상을 매개하는 현실, 가상을 매개하는 가상.

가장 단순하게만 4가지 경우가 떠오르고, 이 단순한 4가지 경우가 얽혀들기만 해도 현실의 표면은 아주 독특한 무엇이 된다.

 

그 매개의 연쇄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는가?

DJ 소울스케이프의 곡에 맞추어 아름다운 율동을 출 수도 있겠고, a2'가 a1에게 했듯 감정적인(성적인) 위로를 건네줄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우리는 모두 무엇의 매개이다.

그 매개의 마법에는 포크레인과 공사장 따위가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별 할말들 없을 때 영화를 정치적으로 '읽는' 일들을 좀 그만두었으면 한다. 무엇을 비추는지 혹은 무엇이 비치는지, 보지 못했다면 그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경험도 소중한 것 아니겠나. 왜 무엇을 그리도 읽으려고 하는가.)